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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가 귀엽긴 하네

그림씨 스토리 잡글/그림씨 잡설

by 그림씨 2023. 3. 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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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 (차창 밖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아빠, 창밖에 거미가 있어요.

 

빠 : (좌회전 신호를 받기 위해 기다리다가) 응, 창밖에 거미가 있구나. (거미를 쳐다보지는 않는다.)

 

수 : (질겁하며) 아빠, 거미가 나한테 다가오려 해요.

 

빠 : (짐짓 놀란 척하며) 정말? 거미가 수한테 온다고? (혼잣말로) '드디어 녀석이 초능력자가 되는군.'

 

수 : (더 큰 목소리로) 아빠, 거미가 나한테 더 가까이 왔어요.

 

빠 : (마지못해) 거미는 창밖이라 차 안으로 들어오지 못해. 수아는 안전해.

 

수 : (떨리는 목소리로) 아빠, 거미는 무서워요. 거미가 나를 잡아먹으면 어떡해요?

 

빠 : (웃음을 참으며) 수, 걱정하지마, 거미가 더 너를 무서워 할거야.

 

 : (놀라며) 날 무서워한다고?

 

빠 : 그럼, 거미가 널 무서워하고 말고. 거미가 창밖에서 볼 때 얼마나 무섭겠어. 자기보다 백 배, 천 배, 만 배, 무한대로 큰, 되게 되게 무시무시한 괴물이 자기를 잡아먹으려 한다고 생각할거야. 아마 거미도 너를 피해 도망가고 싶은데,  여덟 개의 눈과 여덟 개의 다리가 너무너무 무서워서 저렇게 덜덜 떨고 꿈쩍도 못하는 거야. (파란 불이 켜진다.)

 

수 : (안심하며) 음. 거미가 귀엽긴 하네. 귀엽구나 거미야. 무서워하지마, 들어오지마.

 

빠 : 난, 수가 귀여워. 거미 갔니?


뭐, 네가 그렇다면야.
"거미들, 거미같은 이들이 얼마나 많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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