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치고 더 아프고 싶은 사람은 없다.
목소리도 거의 돌아왔고, 기력만 보충하면 될 것 같다.
모처럼 면도를 하고, 거울을 보니 얼굴이 파리하다.
일주일, 앓을 만큼 앓았더니 배도 쏙 들어갔다.
나 때문에 짝꿍과 딸아이가 고생이 많았다.
집에도 마음대로 못 들어오고, 이산가족처럼 떨어져 생활을 하고 있으니.
생일날, 촛불 대신 가족 친지들에게 위문 전화를 받는다.
맞다, 생일날 하려는 게 얼마나 많았던가.
오래간만에 목포에 가서 딸아이 손을 맞잡고 한껏 축제 공연을 만끽하고 있었을 시간이 아니던가.
다들 바이러스와 굿바이하고 있을 때, 이 바이러스는 뭐가 이리 아쉬워 끈덕지게 붙어있나 싶다.
내 몸이 허약해선지 꼬박 일주일을 제법 병치레를 하며 끙끙댔다.
그 와중에도 모니터링 평가지를 썼으며, 지역예술지 리뷰를 수정해 보냈고,
또 칼럼 원고 초안도 쓰고... 한 주 밀린 서점 연극비평 수업안도 다시 손을 보면서...
나름 녀석과의 동거를 그리 나쁘지 않게 보냈다.
아프면 다 귀찮다는 게 맞는 말이다. 무기력하다는 말, 그건 아프기 때문이다.
주변에 그렇게나 아픈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내가 아파서야 보인다.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수많은 이들을 손가락질 한 대서 어찌 나아질 일도 아니다.
처방전도 없이 걱정에 타박에 앞으로 어쩔 거냐는 말만 한 됫박 들이붓는다.
아픈 사람치고 더 아프고 싶은 사람은 없다.
좋아지려고 좋아지려고 또 얼마나 발버둥치고 있단 말인가.
이제 오월이 가고, 유월이구나. 정말 마흔하고도 중턱을 넘어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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