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풀. 아이랑 놀이터에서 그네도 태우고, 시소도 태운다. 점점 아이들이 많아지니 녀석은 놀이터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것 같더니 그 가장자리, 토끼풀, 클로버가 지천이다.
신화 속 꿀벌은 없고, 녀석이 꿀벌인 듯 웡웡-날아다니며 토끼풀을 뜯는다. 내가 어릴 때는 토끼들이 잘 먹어서 토끼풀이라고 들었는데, 나중에 들은 것은 이 풀에 독이 있어 토끼에게 줘선 안된다고 했다. 내 유년의 풀꽃반지를 엮었던 것처럼, 녀석의 손가락에 꽃반지를, 팔목에 꽃팔찌를 만든다. 세대가 묶일 수 있는 게 어쩌면 그 추억의 동심원을 한데 가져가는 것일 수 있다.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이고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라며 행운을 위해, 행복을 짓밟지 말란 말도 아이에게 해주었으나, 그 잎 개수에 꽃말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풀꽃을 뜯어내며 너와 함께한 묶어낸 지금이 행복이지 않겠는가 생각하면서.
잎 개수에 따라 꽃말을 엮어낸 이의 심정을 헤아리며, 토끼풀 옆에 듬성듬성 핀 노란 민들레에 또 #민들레꽃처럼 노래도 나지막이 흥얼흥얼 대본다.
민들레꽃처럼 살아야 한다.
내 가슴에 새긴 불타는 투혼
무수한 발길에 짓밟힌데도
민들레처럼
모질고 모진 이 생존의 땅에
내가 가야 할 저 투쟁의 길에
온몸 부딪히며 살아야 한다.
민들레처럼
특별하지 않을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흔하고 너른 들풀과 어우러져
거침없이 피어나는 민들레
아~ 민들레 뜨거운 가슴
수천수백의 꽃씨가 되어
아~ 해방의 봄을 부른다
민들레의 투혼으로
풀꽃팔찌를 묶으며, 우린 그 봄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잊어버린 게 아닐까... 하는, 투혼은 무슨... 만날 거리의 민주를 허공에 돌팔매 하고 있는 것 같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