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제대로 가본 지가 참 오래됐는데, 딸애가 고모를 위해 기도한다는 정성에 좀 움찔해서 짝꿍과 딸애를 따라 동네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린다. 어색하게 앉았다 섰다, 수십 년도 된 예전의 기억을 더듬더듬거리며 성가며 기도며 중얼중얼 따라가 본다.
오늘 신부님 강론이 마태복음서 5장 38절-48절이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아라’ 하고 말한 것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한 사람에게 맞서지 말아라. 누가 네 오른쪽 뺨을 치거든, 왼쪽 뺨마저 돌려 대어라. 너를 걸어 고소하여 네 속옷을 가지려는 사람에게는, 겉옷까지도 내주어라....”
원수에 대한 감정을 들며, 완전하지 않은데 우리에게, '너희도 완전하여라'는 말의 의미를 신부님이 정성으로 신자들에게 이야기 한다. 이미 더없이 모자라고 불완전한 피조물이라는 앎, 죄 짓고 회개하고...다시 또 다시를 거듭하게 되는 종교의 가르침, 수양이라는 게 그 모자람의 앎이 아닌가 생각이 들면서 불안한 마음의 수양이 '평정심'이 아닌가 생각이 들면서, '뜻대로 하소서'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된다.
걱정 근심에 세상이 어찌 새롭게 변하진 않는다. 그저 일신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그 한 걸음이 중요한 것일 테고. 누이의 와병에 두 손 모아 기도하는 가족의 한마음이 또 다른 신비일 것도 같으며.
나도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허나 여전히 고산의 고독한 산양의 정신을 가진 나로선 경전의 송이 여간 걸리는 게 아니다. 의지하고 의지하고 또 의지해야 하는 그분의 뜻을 어찌 제대로 헤아릴 수 있겠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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