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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에 대한 유감.

그림씨 스토리 잡글/그림씨 잡설

by 그림씨 2023. 2. 2.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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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에 대한 유감.

아이 다니는 어린이집이 교회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내 선입견이라면 종교시설에서 운영하는 취학 전 보육 및 교육을 위한 어린이집, 유치원을 보내지 않는데, 이러저러한 곡절과 이사 후 집 가까운, 쾌적한 시설을 찾는다고 짝꿍 의견을 따라 다니던 유치원을 옮겼었다.

그런데 녀석이 어느날부터 집에서 찬송가를 부르거나 성경 구절, 품성교육이라고 순종이니 믿음이니 긍정, 감사하는 마음 등등의 구절을 집에서 암송한다. 심지어 설 차례 때는 차례상 앞에 절하지 말아야 한다고까지 배워온 것을 큰 목소리로 말한다.

이런 아이의 말과 행동에 금세 내 얼굴은 굳어진다. 선입견에 더 한 겹 선입견이 더해진다. 엊그제에는 품성 활동지를 적어 보냈는데, 어린이집 활동이 올려진 사진첩에 저마다 아이의 순종하는 얼굴과 그렇지 않은 얼굴을 표현한 사진을 보게 된다.

"순종이란 나를 보호하고 있는 사람들의 지시에 좋은 태도로 기쁘게 따르는 것"이라는 녀석의 암송이 자꾸 내 귀에 거슬린다. 거짓 선지자의 무리가 세계에서 제일 큰 예수상을 건립하든 어쨌든... 저 믿음의 구실로 세워진 수많은 높이들을 나는 두려워한다.

이 세계를 꾸려간다는 그 무시무시한 어른들의 질서가 어쩌면 인간 역사의 순종, 복종의 대물림으로 이어져 내려온 게 아닌가 나는 의심하게 된다.

그 순종의 세뇌가 거슬리는 게, 자꾸 삐뚤대며 불순하고 불온한 내 기질을 다시 새기게 되는 것 같다. 나의 보호자, 우리의 보호자는 누구인가. 저 힘센 이들에 대한 우리의 겸허한 자세. 시비도 그들이 정하는 바, 기쁘게 좋은 태도로 기꺼이 따라야 하는...

근원적이고 더 근원적인 존재의 자유로.

더 고독하고 더 고독하면서도,

나와 타인의 빈과 곤에 대한 사유한다.

나와 타인의 고통의 공감,

나의 그 사유 조차 녀석에게__

또다른 백지에 새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

내 눈치를 보면서 녀석이 목소리는 점점 끄트머리에서 힘을 잃어간다.

그 순종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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