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번 고개 숙여야 할 처지
설을 맞이하여. 짝꿍 심부름을 다녀오며 찬바람 겨우 서너 번 쐬었다고 나도 모르게 뾰로통하였다. 한데 차례상 모시는 조상님을 생각하면 백만 번 고개 숙여야 할 처지인데 내가 잠시 정신을 놨던 것 같다. 엄마도 누이도 건강이 좋지 않아, 우리끼리 집에서 간소하게 준비한다 해도 누이가 굳이 일손이 된다고 온다. 명절 차림, 기름을 붓고 무엇을 빌고 바라나. 핏줄의 대를 이으며 내림한 게 무엇이던가. 그만그만한 살림으로 어떻게 오늘을 살고 있는가. 내일, 또다시 새해 첫날이다. 또 마음가짐을 새날처럼. 그렇게 살을 먹는다. 모두 새해에는, 생각하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말하는 대로 이룸이 있길.
그림씨 스토리 잡글/그림씨 잡설
2023. 1. 22. 00:57